파라로이 감상


처음 카인 등장할 때 오웬이 시끄럽다고 한 거 웃겼다
기사 카인일 때도 시끄럽다고 하던 게 생각나서

오웬은 왜 카인에게 이름을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은 걸까
딱히 카인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경계를 넘어 싫어하고 있기도 했고 기본 평판이 적대야
카인이 아키라와 오웬을 사람이 아닌 물건처럼 취급하는 듯한 말들을 했기 때문인가

오웬이 싫다고 했을 때 카인이 놀란 건 어시스트 로이드면서 자기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이렇게까지 주인도 뭣도 없는 로이드가 거부의사를 표현할 수 있나라는 의문을 가졌고

총을 보고 그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냐고 하는 오웬 너무 상식적인 거 아냐
묘사는 엄청 막 태어난 따끈따끈 베이비 같았는데

빚 있는 카인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모럴 없이 몸 팔 거 같아서 미칠 거 같음

약속을 할 수 있는 패러독스 로이드의 세계에서 어시로이는 주인을 선택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카인에게
나에게 오너가 없다는 게 밝혀지면 무료로 네 어시로이가 되어줄게라는 약속을 하는 오웬
그냥 결혼을 하지 그래(..)

어서 오세요 세계에
라고 말하는 오웬과 감금에서 풀려났을 때의 오웬이 겹쳐 보인다
어시로이 오웬의 눈에 비친 세계는 무수의 빛이 수놓아진 아름답고 흥미로운 도시였겠지만 정사 세계의 오웬은 정 반대였겠지
스스로 모든 걸 파괴한 곳에 갓 태어난 작은 숲이 뿜어대는 독만이 생기를 머금은 적막한 공간

가르시아 박사 완전 성실과 신용 안심을 사람의 형상으로 빚어둔 것 같네
완전 앙앙 안기고 싶은 남자 상위권이잖아
노동은 인류에게 보람이에요
인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피곤하게 하는 건 인간관계입니다
이거 완전 경험담 아니냐 격렬하게 공감하는 나는 또 뭐야

오웬| 사랑한다는 게 뭐야
카인| 좋아하고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는 거야
오웬| 좋아하고 소중하다는 건 뭐야
카인| 음... 다른 것보다 좀 특별한 것이려나 너로 친다면 CBSC 같은 걸 지도 모르겠다
오웬| 먹고 싶은 건가 (어떻게 보면 맞...)

이 대화 너무 후죠뇌 돌아가게 함

아키라로부터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순순히 기뻐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의 호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오웬 생각이 나서 좀 슬펐다
쉽게 믿지 말라며 카인을 골리려는 듯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오웬에게 그늘이 없었다면 이런 성격이 아니겠지 상처 오웬이 그냥 잘 자랐다면

죄책감 얘기할 때 그 정도로 죄책감을 갖고 있진 않아요라고 하는 거 너무 피가로 같음
이 정도의 죄책감을 가지는 게 정상이지라고 생각한 만큼만 가져줌
정상 범주의 감정을 정확하게 정량 계량할 수 있을 정도로 고착화된 사람

누구라도 잠깐 심정지 상태로 만든다고 하면 순순히 따를 리 없다
오웬을 설득하는 일은 자신에게 그만큼의 감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가짜 마음에 둘러싸여 진짜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딜레마가 파라로이 전체를 관통하는데 이거 완전 휘 아니냐

오웬의 개발 넘버는 999
보통 종말이나 완벽한 숫자를 뜻하는 넘버이다
오웬의 관리자는 자기 자신이고 이해자도 감시자도 수복자도 자기 자신이다 즉 인간과 같다
고독하다고 하는 말이 마음을 찌른다

클로에는 라스티카를 선택했지만 스노우는 피가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어시로이에게 자유를 줘도 자신을 선택했을까라는 희망은 피가로에게 절망이 된 거지
공략이 끝난 맵이라는 건 정사 세계의 피가로가 보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멋대로 자기 세계에 발자국 남기지 말라고 난 모든 걸 해 볼 거라고 말하는 오웬 또한 정사 세계의 오웬일지도 모른다
1200년 간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은 해왔을 테니 지금이야 어느 정도 진정됐겠지만 정말 바라는 걸 알기는 할까

클로에의 기억이 지워진 걸 알고 미스라의 기억도 지웠냐고 이제 아무도 자길 기억 못 하는 거냐고 말하며 불안하고 슬픈 표정을 지은 오웬은 어딘가 정사 세계의 오웬과 닮았다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고 기억할 필요도 없고 찾지도 않는 상호작용을 목격할 순 있지만 체험할 순 없는 슬픈 감정의 반복

데이터는 수집되지만 지워내지 않으면 메모리 부족으로 터져버린다는 걸 보고
어느 날 오웬이 폭발한다면 폭발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메모리가 행복한 기억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총이 겨눠지고 움직임을 제한받고 약속을 구실로 끌려 다니고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누구도 너에게 예스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런 무서운 표정이 되어 버리지

이 말은 마치 정사 세계의 오웬을 이해하는 듯한 말이었다
정사 세계에선 절대 전할 수 없는 상처 오웬과 오웬 모두를 끌어안는 말

이 일로 난 평생 괴로워하겠지 그래도 나는 인류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해야 해
본편에선 잘 나오지 않는 냉혹한 선택을 할 때의 피가로 속마음 같다
싸우고 죽인 후 안 그러겠다는 스노우와 다시 탈출하지 않겠다는 오웬의 말에 비극은 되풀이되는 거라고 하는 피가로도 그냥 본편 피가로잖아

죄라고 말하지 마 이 녀석이 듣고 있잖아 하며 소리 지르는 카인
죄라고 말할 정도라면 마음을 주지 않았으면 됐잖아 마음을 가지게 됐고 자유를 알았어 그렇다면 인간이야

이 말에서 좀 위화감을 느꼈다 신념이나 성격 이상의...
자신 안에 어떤 버튼이 눌려 버린 것 같은 가짜와 가짜가 아닌 것의 경계를 나누고 솔직하지 못한 것들에 둘러싸여 애써 그렇지 뭐 하던 세월들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카인은 어릴 때 가짜로 살아야 했다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인 척하며
어릴 때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지만 칭찬은커녕 모두 없는 일로 만들어버렸다

피가로는 마법으로도 방도가 없는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꿈의 숲으로 데려와 행복한 마지막 꿈을 꾸게 해 준 적이 있다
이 아이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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